괴물 후기

 

 

보고 온 건 저번 주지만 

후기를 남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일기 형식으로 가볍게 남깁니다

 

스포 있고 정리 안 하고 대충 적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을 봤다. 어쩌다가 봤더라, 같이 보는 친구 추천이었나……. 아무런 스포 없이 봤는데 남겨 주는 메시지가 좋았고, 꽤나 묵직하고, 현실적이고 잔잔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본 영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 작품이라서 매우 만족스러웠는데 얼마 후에 괴물 재상영 소식이 들리더라고. 들리자마자 예매해서 바로 보고 왔다.

 

총 세 개의 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처음에는 아이의 엄마, 두 번째는 선생님, 세 번째는 아이들의 시점으로 이어진다.

 

 

딱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보이는 건 불이 난 건물, 그걸 구경하는 엄마와 아들. 둘이 살아가던 작은 세계였지만 아들은 점점 이상해지고, 곧 선생님에게 괴롭힘을 당한다고 하여 학교에 따지러 가는 내용이다. 막상 학교로 가면 선생님은 사과를 성의 없이 하거나, 오히려 아들이 다른 친구를 괴롭힌다고만 하고. 학교에서는 겉치레뿐인 사과만 여러 번 반복하게 된다.

 

엄마의 시점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되게 많고, 이해가 안 되는 것투성이라서 이건 스릴러 영화인가?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 영화의 제목이 괴물이고, 꽤나 많은 갈등 상황이 이어져 나오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괴물은 누군가에 대한 의심을 갖게 해. 실제로 나는 처음에 이게 스릴러 진지 영화인 줄 알고 어떤 놈이 쓰레기인가 고민하며 봤다. 나도 모르게 괴물 잡기에 동조하는 사람이 된 거지.

 

 

아이를 괴롭힌다고 지목당한 선생님의 이야기. 사실 그는 나름의 취미도 있고, 건전하게 연애도 하고, 아이들에게도 친절하고 착한 좋은 선생님으로 나온다. 아이를 괴롭히기는커녕 본인의 마음을 써서 챙기고, 실수로 당장 직전에 봤던 화면에서 그는 정말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었기에 잠깐 혼란스러운데, 더 보다 보면 그가 정말로 나쁜 잘못은 하지 않았다는 게 느껴져서 머리가 얼얼해진다. 사실 오해로 인해서 억울하게 당한 거였고, 어쩌고저쩌고. 사람은 사실 되게 입체적이라는 교훈을 줘서 여기까지만 해도 되게 좋았는데…….

 

 

마지막 파트가 정말정말 인상적이고 충격적이었는데. 나는 내가 눈에 뭔가 끼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게 정말 퀴어물? 이더라? ㅋㅋ 저는 정말 마지막 장면에 ㅇ0ㅇ 이 표정만 짓고 영화를 끝까지 보았습니다. 이 작품이 동성애를 다루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기 때문에 기분이 요상해지고. 

 

암튼. 

개인적인 감상.

 

인간의 뇌와 돼지의 뇌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 나는 돼지의 뇌를 가지고 있어 따위의 말은 그저 아이를 괴롭히는 수단인 줄 알았는데 그게 동성애를 하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었다는 게 정말 말도 안 된다고 본다. 아니,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그게 당연한가. 그런 폭언을 듣고도 그냥 웃기만 하는 친구가 너무 안타까웠는데……. 심지어 성적 학대까지 당하는 게, 참. 아버지는 교화를 시키려고 했던 걸까, 본인이 행복하려고 했던 걸까. 

 

엔딩에 대한 이야기. 어른들이 찾지 못한 아이들은 둘이서 맑아진 하늘에서 나와 서로 바뀌었냐 질문한다. 아직 그대로야, 다행이다, 이런 대화를 나누곤 꽃과 풀이 가득한 곳에서 막혀 있던 선로가 열린 것을 보고 그쪽으로 향해 행복하게 뛰어 들어간다. 제대로 된 해석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폭풍이 치고 지나간 이후라면 땅이든 뭐든 상태가 안 좋아야 하는데 너무 맑고 개운한 상태여서 다 죽었거나 환상 안인 것 같다, 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젠장, 왠지 다들 너무너무 울더라. 나는 영화가 끝나고 다들 울고 있어서 엥? 왜? 행복해진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후에 감독 인터뷰를 보니까 아이들에게 축복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잡고 찍게 했다고 하더라. 축복, 구원, 이런 것들 다 이어지는 단어잖아. 그대로의 모습으로 더 자유로워진 아이들은 구원이라도 받은 걸까. 그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전히, 지금까지도.